바퀴벌레의 생존 비밀, 알고 대처하자

여름철 고온다습한 날씨가 되면 우리 주변에서 가장 불청객 중 하나인 바퀴벌레가 자주 출몰한다. 한 번 퇴치했다고 생각해도 금세 다시 나타나곤 하는 이 곤충은 강한 생명력 때문에 ‘죽으면서 알을 낳는다’, ‘변기에 버려도 살아서 다시 올라온다’는 등 여러 속설이 떠돌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이야기들은 과연 사실일까?

바퀴벌레는 죽을 때 알을 뿌릴까?

바퀴벌레 암컷은 생명에 위협을 느끼면 몸에서 알주머니(난협)를 떨어뜨린다. 이 알주머니는 30~40개의 알이 들어 있는 팥 모양의 구조물로, 눈으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바퀴벌레를 잡았다면 주변에 알주머니가 떨어져 있지 않은지 꼭 확인하고, 발견 시 터뜨려서 부화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죽으면서 알을 뿌린다’는 표현은 과장된 면이 있으며, 실제로는 알주머니를 따로 떨어뜨리는 것이다.

한 마리가 보이면 수백 마리가 있다는 뜻일까?

바퀴벌레 한 마리가 나타났다고 해서 무조건 수백 마리가 서식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몸길이가 4cm 정도 되는 큰 바퀴벌레라면 야외에서 들어왔을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미국 바퀴벌레와 먹바퀴는 주로 외부에서 서식하며 하수구나 창틀 틈새 등을 통해 들어온다.

반면, 몸이 작고 갈색을 띠는 독일 바퀴벌레는 주로 실내에서 숨어 산다. 이 경우에는 해당 건물 내 어딘가에 집단이 형성되어 있을 확률이 크다. 충남대학교 곤충생리학 윤영남 교수는 “바퀴벌레는 야행성이라 낮에 발견되면 그만큼 많이 숨어있는 것”이라며 “밤에 가끔 한 번 보이는 경우라면 외부 유입일 수 있지만, 자주 보인다면 집단 서식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변기에 버려도 다시 올라올까?

많은 사람들이 바퀴벌레를 변기에 버리면 배관을 타고 다시 올라올까 걱정한다. 하지만 윤영남 교수에 따르면 바퀴벌레는 헤엄을 칠 수 없어 물에 빠지면 죽는다. 따라서 기절하거나 움직임이 둔해진 바퀴벌레를 잡아 변기에 넣고 내리면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다.

바퀴벌레는 터뜨려야 죽는가?

바퀴벌레는 살충제로도 충분히 죽일 수 있다. 살충제에 노출되면 신경이 마비되어 다리가 경직된 상태로 뒤집히는데, 이때 더 이상 다리가 움직이지 않으면 죽은 것으로 보면 된다. 꼭 직접 터뜨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바퀴벌레 똥이 또 다른 바퀴벌레를 부른다?

맞는 말이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코비 스칼 교수 연구팀은 바퀴벌레의 장내 미생물이 포함된 배설물이 다른 바퀴벌레들을 끌어 모으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따라서 바퀴벌레를 퇴치한 뒤에는 주변을 꼼꼼히 청소해 배설물을 제거해야 추가 출몰을 막을 수 있다.

바퀴벌레의 강한 생명력은 어디서 오는가?

바퀴벌레는 음식을 먹지 않고도 최장 한 달까지 생존할 수 있다. 중국의 연구진이 미국 바퀴벌레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음식 위치를 감지하는 후각 유전자, 독성 물질을 해독하는 유전자, 질병에 저항하는 면역 유전자, 손상된 다리를 재생하는 유전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뛰어난 생존력을 가능하게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