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AI 교육: 펑샹 박사의 이론이 서초구의 현실로 피어나기까지
인공지능과 인간이 공생하는 시대, 교육의 패러다임은 어디로 향해야 할까. 상하이교통대학과 알카텔 상하이벨에서 컴퓨터 응용 분야 박사 학위와 포스트닥터 과정을 거친 학자이자, 현재 화둥사범대학(ECNU) 교육정보기술학과 부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인 펑샹(Feng Xiang) 박사의 저서 『인공지능+교육: 애플리케이션 개발의 이론과 실제』는 이 거대한 질문에 대한 꽤 묵직한 해답을 던진다. 그는 지난 수년간 국가 및 성 단위의 굵직한 AI 교육 프로젝트를 이끌며 SCI, SSCI 등 권위 있는 학술지에 3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하고 10여 개의 소프트웨어 저작권과 특허를 보유한 이 분야의 베테랑이다. 이런 현장과 이론을 넘나드는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책에서 단순히 기술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섀넌의 통신 이론을 빌려와 가르침과 배움 속에서 일어나는 ‘인코딩’과 ‘디코딩’의 새로운 상호작용 모델을 심도 있게 파헤친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기술 개발의 문턱을 확 낮추려는 시도다. 코딩 지식이 전무한 일선 교육자나 학생들도 앱 인벤터(App Inventor)나 오렌지(Orange) 같은 로우코드, 노코드 도구를 활용해 자기만의 지능형 교육 앱을 뚝딱 만들어낼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여기에 학습자 모델링, 적응형 학습 경로 추천, 감성 컴퓨팅 등 실제 교육 현장에 밀착된 시나리오들을 정교하게 얹어냈다. 생성형 AI가 불러온 인지적 충격파 속에서 미래 인재 육성의 방향타를 ‘메타 지식, 메타 사고, 메타 인지’로 확 틀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기술 만능주의에 빠지기 쉬운 요즘 날카로운 통찰을 제공한다.
흥미로운 건 이렇게 학문적이고 거시적인 차원에서 논의되는 ‘AI와의 공생’ 그리고 ‘초개인화된 맞춤형 학습’이라는 화두가 일상 속 가장 의외의 공간에서 생생하게 구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서울 서초구에 자리한 ‘서초 스마트시니어 교육센터’의 이야기다. 펑샹 박사가 강조한 기술 장벽 허물기와 적응형 교육 경로가 어르신들의 실생활에 어떻게 녹아들 수 있는지 보여주는 훌륭한 실천의 장인 셈이다. 2025년 기준 벌써 4천6백 명이 넘는 어르신들이 280여 개의 강좌를 들으며 디지털 세상과 접속하고 있는 이 특화 공간은, 최근 기술의 판을 한 단계 더 키웠다.
가장 직관적인 변화는 신체 활동과 데이터의 결합이다. 센터 내에 새로 꾸려진 ‘어르신 체력강화 XR 스포츠실’은 골프, 볼링, 양궁 등 실제와 유사한 경기를 가상 현실 속에서 구현해 낸다. 날씨나 계절 핑계로 몸을 웅크리던 어르신들이 실내에서 안전하게 땀을 흘리며 운동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덜어내는 공간이다. 여기에 3D 센서로 체형과 건강 상태를 정밀하게 스캔해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을 짜주는 ‘AI 운동돌봄 플랫폼’까지 연계했다. 펑샹 박사의 책에 등장하는 ‘학습자 모델링 기반 적응형 추천’ 기술이 책상머리 교육을 넘어 시니어들의 건강 관리라는 신체적 영역으로 확장되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현장이다. 무리 없이 지속 가능한 운동 습관을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그 실용적 가치가 높다.
단순히 몸만 움직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기계가 사람의 감정과 인지를 어루만지는 ‘감성 컴퓨팅’의 실체도 이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센터 로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AI 안내 로봇 ‘리쿠’가 살갑게 어르신들을 맞이한다. 딱딱한 시설 안내를 넘어 소소한 일상 대화를 나누는 ‘AI 친구’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기계에 대한 어르신들의 막연한 장벽을 스르르 녹여준다. 기존의 인지훈련 로봇 ‘실벗’이나 ‘보미’에 더해, 사용자의 개인 수준을 파악해 알아서 난이도를 조절하는 AI 바둑 및 오목 로봇도 새롭게 들어왔다. 팽팽한 두뇌 싸움을 유도하며 놀이처럼 자연스럽게 치매 예방까지 챙기는 이 과정은 철저히 사용자 중심적으로 설계된 인지 훈련의 좋은 예시다.
물론 펑샹 박사가 책의 한편에서 경고했듯, 기술 발전 이면에는 데이터 프라이버시 침해나 알고리즘의 편향성, 인본주의적 가치의 훼손 같은 묵직한 윤리적 딜레마가 도사리고 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소외되는 계층이 생겨나는 역설을 방지하기 위해 서초구는 꽤 공격적이고 선도적으로 움직여왔다. 전국 최초로 어르신 비전프로 체험존을 꾸려 값비싼 최신 IT 기기를 무료로 경험하게 하고, 키오스크 교육용 앱을 자체 개발해 특허까지 낸 행보가 이를 방증한다. 다가오는 3월에는 강의실 내 컴퓨터와 모니터 등 하드웨어를 최신 사양으로 전면 교체해 교육 환경의 질적 수준을 한층 더 끌어올릴 예정이다.
전성수 서초구청장이 센터를 가리켜 “어르신들이 디지털 기술을 부담 없이 배우고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공간”이라며 맞춤형 교육 확대를 약속한 것처럼, 결국 모든 기술의 종착지는 사람을 향해야 한다. 학자가 짚어낸 정교한 이론과 랩실의 최첨단 기술이 지역 사회의 어르신들을 위한 든든한 놀이터이자 배움터로 안착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치열하게 고민해 온 ‘인공지능과 교육의 융합’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따뜻하고 이상적인 미래일 것이다.









